: Ⓒ Kaschkasch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 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을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1996년 발매된 W.H.I.T.E의 3집 Dreams Come True의 타이틀곡, ‘네모의 꿈’ 가사의 일부다. 이렇게까지 보지 않아도, 우리의 세상은 사각형으로 오밀조밀 덮여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니터, 워드 프로세서의 창, 혹은 당신이 이걸 읽고 있는 잡지까지.
 

 

 : Ⓒ Kaschkasch

 

사각형은 네 개의 꼭지각을 이루고 있는 네 개의 선분으로 싸인 평면을 뜻한다. 설명은 어렵지만, 네 개의 선과 네 개의 꼭지점이 있는 도형이면, 우리는 보통 사각형이라고 부르곤 한다. 사각형이라고 해서 직사각형과 정사각형만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마름모, 사다리꼴, 평행사변형, 화살촉꼴 등 다양한 형태와 모양의 사각형이 있다. 정사각형이 여러 개 모이면 정육면체가 된다. 원기둥은 어떤 면에서 보면 마치 직사각형처럼 보인다. 우리곁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형태,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해온 사각형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 Ⓒ Raw Edges
 


사각형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은 ‘건물’이다. 건물 대부분은 사각형이 연속된 형태를 띠고 있다. 내부 벽면 역시 사각형이다. 천장 또한 넓은 사각형 면을 하고 있다. 사각형으로 건물을 만드는 이유는 여러가지를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삼각형, 아치형, 혹은 원형보다 훨씬 건축하기 쉬워서일 것이다. 건축뿐 아니다. 직삼각형 형태로 된 지붕 아래 옥탑방에 가보면, 누구나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생활의 반경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 원형은 어떨까?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원형 건물을 짓는다면, 주변 공간을 사각형 건물보다 더 많이 침범하고, 잡아 먹기 때문에 빈틈이 크게 생기게 된다. 쉽게 말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 Ⓒ Norm Architects

 

사각형 건물과 잘 어우러져야 하는 만큼, 가구나 소품 역시 직각을 활용한 사각형 형태로 만들어진다. 벽장과 책장, 옷장과 서랍장, 침대 모두 사각형 형태를 띈다. TV나 모니터,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전자레인지 등의 전자기기 역시 사각형이다. 이 모든 물건들이 사각형이 아니라 원형이라고 생각해보자. 공간은 비효율적으로 채워질 것이고, 지금처럼 많은 물건을 보관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 Ⓒ INGA SEMPE

 

인간의 신체 구조 역시 이렇게 ‘효율적으로’ 짜여 있다. 과학자 로버트 훅에 따르면, 인체는 60조에서 80조의 육면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가 모여 몸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단하게 빈틈없이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둥그스름해 보이는 부분들 모두 사실은 사각형들의 효율적인 결합이었던 것이다. 사각형은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안전하기도 하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사각형보다 부드럽고 둥그런 원형이 더 안전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 물체가 동그랗다고 가정해보라. 바닥도, 벽도, 천장도, 책상도 모두 동그랗다면 우리는 넘어지고 부딪히고, 또 계속해 굴러다녀야 할 것이다.
 

 

 

: Ⓒ Lucidi Pevere

 

사각형이 안전하다는 생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것이었다. 동양에서는 사각형을 땅의 상징으로 보았다. 옛 시대에는 단단하게 우리를 받쳐주는 땅만큼 안전한 것은 없었으리라. 서양에서도 사각형은 안전의 상징이었다. 내적, 외적, 입체적으로 굳건한 모양을 갖춘 사각형은 인간을 보호해주곤 했다. 사각형은 ‘구분의 상징’이기도 했다. 이것은 내 것을 지키려는 물질적 욕망이었으며, 동시에 선을 그어 타인과 나를 구분해 지켜내려는 보호의 상징이기도 했다.
 

 

 

 : ⓒ Ronan & Erwan Bouroullec Design

 

지금까지, 사각형의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알아보았다. 사각형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안전’과 ‘효율’일 것이다. 우리의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며, 동시에 위험한 것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는 사각형. 이 기사를 읽고 나서 당신 곁에 있는 사각형들을 더 유심히 관찰해보라. 사각형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우리의 삶을 보호하고, 더 살기 좋게 만들어주고 있을 테니까. 우리를 효율적으로, 또 안전하게 살게 하는 도형, 사각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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